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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겠어
외상성 고막 천공 치료후기 (1) 본문
안녕하세요.
블로그를 개설하고 쓰는 첫 글이 이런 글이 될 줄은 몰랐지만, 외상성 고막천공 치료후기를 이제부터 써 볼까 합니다.
오랜만에 휴가를 얻어서 양양에 서핑을 하러 가게 되었어요. 휴가 동안 엄청 행복하고 잘 놀았지만, 서핑 초보이던 저는 왼쪽 귀에 서핑 보드를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몇 년 전에 다대포에서 서핑 체험 강습 때도 턱에 보드를 맞아서 피를 본 적이 있던 터라, 수심이 얕은 곳에서 서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초보 강습 때 낮은 수심에서 푸시 - 업 을 반복하던 도중, 넘어지면서 보드가 왼쪽 귀 부분을 쳤어요.
당시에는 머리가 약간 울리면서 귀 근처로 통증도 있고 해서 좀 쉬었는데, 서핑 선생님은 그런 일은 빈번하게 있는 거라며 쉬면 괜찮아 질 거라고 하셨습니다. 덧붙여서 오늘은 더이상 타지 않는 걸 추천한다고 하셨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고막이 다쳤을 거라곤 상상도 못하고, 귀가 웅웅대는 느낌은 계속 있었지만 물이 들어가서 그런 거니 자연히 물이 빠지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도 두어 번 더 서핑 연습을 했어요.
그것 때문인지 아니면 물이 들어간 걸 억지로 빼려고 여러 가지 시도 (샤워하면서 손으로 물 더 넣기 - 이것만은 해선 안됐는데 ; 고개 기울이고 콩콩 뛰기; 휴지 말아서 귀 속에 조심스럽게 넣어 보기)를 했지만 오후가 되면서 통증이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결국 근처 30분 거리의 응급실을 찾아갔어요.
검이경으로 확인한 결과 고막에는 이상이 없다는 대답은 들었지만, 자세히 보기 위해선 추가적 진료가 필요하다고 했고, 결국 이비인후과 전공의 선생님은 보지 못하고 항생제 점이액만 타서 돌아왔습니다. 항생제를 받았으니 뭔가 안심이 된 상태로 그 다음날도 열심히 돌아다녔어요.
당시 증상은 1) 귀 주변 통증 (특히 딸꾹질이나 트름할 때) 2) 청력저하 및 이충만감 (마치 귀마개를 끼고 있는 듯한 느낌) 이 주된 거였고, 휴지를 귀에 말아서 넣어 봤을 땐 3) 약간의 출혈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노는 데 크게 지장은 없었던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다 놀고 들어와서 양치 하고 나서 코를 풀던 도중에 4) 코를 풀 때 귀 쪽으로 바람이 새는 느낌도 약간 들어서 이때부터 고막 천공에 대해 열심히 찾아보고 겁을 먹고 있었습니다.
월요일인 오늘에서야 자세한 진료를 받았는데, 한방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덕분에 근무 도중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님께 진료를 먼저 받았습니다.
오늘 저의 증상은 1) 통증은 거의 가라앉았고(가끔 뜨끔하는 통증), 2) 청력저하가 지속 (왼쪽에서 말하면 잘 못 알아들음) 3) 이충만감 지속 4) 이명이 좀더 잘 느껴짐(조용한 곳에서 삐-소리가 지속됨) 이었습니다.
이내시경으로 확인해 보더니 교수님께서 깜짝 놀라시면서, 구멍 크기가 생각보다 크다고 하셨습니다. 영상으로 확인해 보니 왼쪽 고막의 30-40% 정도가 구멍이 뻥 뚫려 있었고, 이 정도면 다 회복되더라도 조금은 구멍이 남을 수도 있어서 치료를 무조건 열심히 받고, 매일 침 맞으러 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무조건 계속 자라고, 절대안정이 필요하다고 강조 또 강조하셨습니다. 병가를 내면 좋겠지만 그럴 만한 상황은 아니기에 최대한 무리하지 말고, 운동도 쉬고 휴식을 많이 취하라고 하셨어요. 고막은 회복이 잘 되는 조직이긴 하지만 회복되는 시기에 최대한 회복이 잘 되어야 하기 때문이겠지요.
이내시경 사진을 찍어 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내일 가능하면 업로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귀 주변과 손발로 침 치료를 받고, 복부 뜸 치료를 병행한 후에, 귀에 온침 치료도 받았습니다. 복부 뜸과 침치료는 면역력 회복에 도움을 줍니다. 온침은 귀 주변에 두 군데 정도 침 치료를 한 후 그 위에 작은 쑥뜸을 올려놓는 치료입니다. 30분 정도 걸렸는데 매일매일 꼭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양방 치료(항생제나 고막 패치)만 받는 것보다는 한양방 병행 치료를 받는 게 회복력에 더 도움이 되겠죠!
퇴근 후 근처 이비인후과 의원을 찾아갔습니다. 역시 이내시경으로 확인하시고는 이 정도면 정도가 조금 심한 편이고, 염증도 같이 동반되어 있어서 (발적, 진물) 일단 경구 항생제 치료를 먼저 하고 나서 이틀 후에 염증이 가라앉은 후 고막 패치 시술을 하자고 하셨습니다. 회복이 안되거나 경과가 안 좋으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약간 무서운 말씀도 하셨지만, 당장은 수술 걱정을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치료는 염증 부위 소독과 귀 적외선 치료를 받았는데, 진물 딱지를 떼는 게 너무 아팠어요. 귀 안쪽이라 아픈데 움직였다가는 남아 있는 소중한 고막이 다칠 까봐 엄청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그치만 그 정도야 참아야겠죠. 그리고 응급실에서 받았던 점이액은 사용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대신 먹는 항생제를 이틀간 처방받았고, 당분간 이틀에 한 번 꼴로 계속 내원하라고 했습니다.
이틀 후에 염증이 가라앉으면 고막 패치술을 할 수 있는데, 패치는 지지대 역할을 해 줘서 고막이 더 잘 재생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하네요. 염증이 빨리 가라앉도록 몸 컨디션을 최상으로 만들어야겠습니다.
그리고 귀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해서 머리를 감을 때도 미용실에서 귀에 덮어 주는 비닐 같은 걸 사용하면 좋다고 하는데, 그런 건 (당연히) 없어서 일단 머리는 최소한으로 감으려고 합니다. 오늘은 패쓰... 어차피 운동도 쉴 거고 밖에 안 나갈 거니까요.
오늘은 일단 항생제를 먹고 일찍 자 봐야겠습니다.
논문 몇 개를 검색해 보니 외상성 고막 천공의 치료나 예후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요. 제 경우는 중등도에 해당되는 것 같고 (총 4단계 중 2단계 정도) 그 경우엔 보통 잘 회복되나 기간이 25-30일 정도 걸리는 것 같았습니다.
논문 검색했던 내용은 내일 다시 정리해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외상성 고막 천공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도 꼭 다 나아서 후기를 잘 마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