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겠어
이기적 감정(랜돌프 M. 네스) (2) 본문
안녕하세요. 요즘 독서에 소홀했는데 오랜만에 다시 이기적 감정 이어서 읽어봤습니다.
지난번 요약은 "왜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질병이 제거되지 않았는가?" 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보았는데요. 이 책은 이 질문에서도, 왜 나쁜 감정들이 진화하면서 제거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1장>>
새로운 질문
정신장애의 여러 가지 치료법을 신봉하는 각자의 의견에 따라, 그 원인에 대한 견해도 달라집니다. 약물치료, 심리치료, 행동치료, 인지치료 등 여러가지 치료가 있는데, 어떤 치료를 주로 사용하는지에 따라 유전적 요인과 뇌 기능장애, 어릴 적 경험, 학습, 사고왜곡 등 각각의 원인으로 정신질환을 풀이합니다. 그 말인즉슨 아직까지 정신질환의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가장 흔한 정신질환인 조현병조차도 그 병의 확실한 원인은 밝혀진 게 없고, 양극성장애나 자폐장애를 앓는 환자의 뇌 검사상에서도 정상인과의 차이를 찾지 못했습니다. 또한 유전자 상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도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정신질환의 진단을 위해 발간한 DSM 이 있지만, 최근 개편되면서 (버전 5까지 발간됨) 그 내용에 대한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저도 정신과 관련 책에서 DSM 내용을 접해 봤지만, 정신질환이 딱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수학적으로 끼워 맞추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긴 했으나, 또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지침을 만들려면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정신질환의 원인을 찾기 어렵게 되자, 연구자들은 진화에서 그 답을 찾으려 합니다.
너무 과격한 행동을 해도 자손을 남기기 힘들지만, 너무 조심성이 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중간 정도의 불안을 가진 사람들의 자손이 더 많아지게 됩니다. 아래의 대목은 '다윈상'이라는 게 있다니, 하고 기억에 남아서 인용해 봅니다.
이른바 '다윈상(Darwin Awards)'이라는 게 있다. 다윈상은 어리석은 행동으로 자기 자신 또는 자신의 유전자를 제거한 사람에게 주어진다. 자동차에 로켓 추진체를 매달았던 어느 모험심 강한 젊은이는 시속 480킬로미터까지 속도를 높이다가 자동차와 함께 절벽에 부딪쳐 납작해지고 말았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자기 집을 떠나기를 두려워한다. 그런 사람은 일찍 죽지는 않지만 자식을 많이 낳지도 않는다. 중간 정도의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자식을 더 많이 낳는다.
우리 몸에서 쓸모 없고 힘들기만 한 증상들(열, 통증, 설사, 기침, 위산과다 등)도 모두 이물질을 제거하거나, 감염과 싸우기 위하는 등 각각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걸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이까지는 이해가 갑니다. 한의학에서도 양의학의 대증요법과는 다르게 일부러 열을 더 내거나, 땀을 더 내거나, 설사를 시키는 등의 치료법이 있습니다(한토하 삼법). 그 증상들을 이용해서 병을 빨리 낫게 하고, 몸의 치유기능을 올리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사고를 전개해 가다 보면, '삶은 왜 고통으로 가득한가' 라는 종교적 질문과도 통하게 됩니다. 2400년 전에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생각한 수수께끼가 있는데, 데이비드 흄이 이 질문을 조금 변형해서 유명한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신이 악마를 물리치려고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신은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신은 악마를 물리칠 능력이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걸까? 그렇다면 신은 악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신이 악마를 쫓아낼 능력도 있고 의지도 있다면? 그렇다면 악마는 언제 온단 말인가? 신이 악마를 쫓을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면? 그렇다면 대체 왜 그를 신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종교적 질문은 이 책의 범위 밖이지만, 정서적 고통, 불안 우울과 같은 것은 고통과 구역질 같은 신체 증상들이 존재하는 이유와 동일하다고 설명합니다. 또 중독이나 조현병 같은 정신장애에 걸리는 데에도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감정이 생기고 감정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이유는 뒤의 장에서 좀더 설명될 것 같으니 더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