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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응답(니나 브로크만, 엘렌 스퇴켄 달 ) - 여성 성기에 관한 모든 것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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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응답(니나 브로크만, 엘렌 스퇴켄 달 ) - 여성 성기에 관한 모든 것

다이빙어 2021. 10. 3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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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책 리뷰입니다. 두어 달 전 읽었던 책인데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많아 리뷰하게 되었습니다.
<질의 응답>이라는 책이고 여성의 성에 대해 이때까지 많이 몰랐던 내용, 부끄러워서 많이 다루지 못한 얘기들을 다룹니다.

&lt;질의 응답&gt; 우리가 궁금했던 여성 성기의 모든 것




책 제목을 처음에 보고는 이 책이 비록 노르웨이에서 쓰여졌지만 한국어로 의미심장하게 잘 번역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불어 검색이 잘 안 되겠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습니다. 질문과 응답 같이 느껴지잖아요.

&lt;질의 응답&gt;(열린책들)의 저자 엘렌 스퇴겐 달과 니나 브로크만. 열린책들 제공


위의 사진에 나온 이 책의 저자, 니나 브로크만과 엘렌 스퇴겐 달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활동하는 의사와 의대생이라고 합니다. 더 많은 여성에게 도움이 되고자 2015년부터 <운데르리베(성기)>라는 블로그를 열어 왜 매달 고통스러운 생리를 해야 하는지, 질 막(처녀막)은 존재하는지,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이 왜 남들처럼 쉽지 않은지 등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성 건강을 위한 글들을 썼다고 하네요. 저도 최근에 블로그를 시작한 입장이라 뭔가 동지 의식이 갑자기 들었어요.

이 책은 성에 관한 내용이라 그런지 안 쉬고 푹 빠져서 쭉 읽게 되는데요. 주로 여성의 성에 관한 내용 중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 중에 기억하고 싶거나 흥미로운 내용 위주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 난소에 대하여
우리는 사춘기 무렵에 18만 개의 난자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매달 사용하는 난자는 하나가 아니라 최대 1천 개쯤 된다. 개수는 달마다 다르고, 나이가 들면 현격하게 준다. 그러니까 난자와 정자의 차이는 흔히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크지 않은 셈이다. 여성의 생식 세포도 남성의 생식 세포처럼 아기를 만들 기회를 얻기 위해 자기들끼리 힘겹게 경쟁한다.

호르몬 피임제에 관한 질문 중 이런 게 있다. 배란을 막는 피임제를 쓰면, 난자와 생식력을 더 늦게까지 유지할 수 있나요? 매달 생리로 난자를 허투루 써버리는 대신 임신할 준비가 될 때까지 아껴 둘 수 있다면, 확실히 그 편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는 없다. 호르몬 피임제는 매달 무리 중에서 선택되어 자궁으로 배란되는 하나의 난자만 막아 줄 뿐, 매달 난모세포들이 1천 개씩 성숙하는 것까지 막아 주진 않는다.

분명 관련 내용을 배우긴 한 것 같은데 난포세포도 한 달에 1천 개씩 쓰인다는 건 몰랐습니다.

2. 생리에 대하여
여러분도 아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동물의 암컷은 매달 꼬박꼬박 피를 흘리지는 않는다. 암캐도 발정기가 되면 생리를 한다지만, 그 출혈은 사람의 생리와는 사뭇 다르다. 암캐는 배란해서 임신할 수 있는 시기에 질에서 피를 흘린다. 사람처럼 자궁에서 피를 흘리는 게 아니다. 생리는 우리가 인간을 닮은 두어 종의 유인원들, 그 밖에도 특이한 한 종의 박쥐를 비롯해 소수의 동물종과만 공유하는 드문 특징이다. 요컨대, 후손을 생산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인간만은 다달이 새롭게 자궁 내막을 길러 내는 데 잉여의 에너지를 쏟아야 한단 말인가? 말해 봐요, 다윈, 대체 왜 이런 거죠?

미국 생물학자 디나 에머라의 생각에 따르면, 생리는 '자발적 점막 성장'이라는 적응상의 이점에 딸려 온 대가다. 수정란을 받지 못하면 기껏 길러 둔 자궁 내막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 이 가설에는 어머니와 태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그런 가정을 바탕에 깔고, 에머라는 인간에게 점막 성장이 이점이 될 수 있는 이유를 두 가지 제시했다.  

1) 자궁 내막이 임신부를 공격적이고 침입적인 태아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가설이다. 실제로 생리하는 종의 태아는 그렇지 않은 종의 태아에 비해 좀더 공격적이다.

2) 수정란이 점막에 붙으면 임신부가 점막을 통해서 수정란의 상태를 가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왜 당장 임신할 계획도 없는데 귀찮은 생리를 매달 꼭 해야 하는지 많은 여성들이 의문일 텐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그건 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훗날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태아를 위해서였군요.

3. 난자에 대하여
중학교 수업에서 배운 것은 정자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주해서 얌전하게 기다리는 난자를 일등으로 수정시키는지 경쟁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수업에서 배우지 못한 두 가지가 있다.

1) 난자는 언제 정자가 나타나려나 하고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지 않는 것이다. 난자는 디바다. 그리고 대부분의 디바들처럼 기다리는 이들의 애를 태우려고 일부러 파티장에 늦게 나타난다. 난자는 전혀 수동적이지 않다. 최소한 정자만큼은 적극적이다. 현실은 정자들이 난자를 향해 헤엄쳐 온다기보다는 난자가 자궁관에서 기다리는 정자들에게 천천히 다가간다는 편이 더 가깝다.

2) 난자들 사이에서도 정자들처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지만, 어째서인지 학교는 그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난포 자극 호르몬에 의해, 매달 1천 개 가까운 난포들이 동시에 성숙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 하나만이 터져서 속에 든 난자를 내놓는 기쁨을 누린다. 나머지는 정자를 만날 기회를 누리지 못한 채 그냥 시들어 죽어 간다. 1천 개의 난포가 경쟁하다니, 정자들의 경쟁에 비하면 시시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여자는 태어날 떄 평생 쓸 난자를 다 가지고 태어난다는 걸 명심하자. 그 귀한 걸 소진하는 것이다.


4. 소변보는 게 아플 때
요로 감염에 걸리면 소변볼 때 철조망을 누는 것 같다고 묘사하는 건 괜한 말이 아니다. 요로 감염은 정말 불쾌한데, 우리는 여성이라서 더 취약하다. 요도가 짧고, 항문과 요도구가 가까이 있는 것도 문제다.

젊은 여성들이 걸리는 요로 감염은 거의 대부분이 - 약 95퍼센트가 - 단순성 감염이다. 감염이 그다지 위험하지 않고, 따라서 간단한 치료로 충분하거나 아예 치료가 필요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거의 모든 환자들에게 항생제를 처방하고는 했지만, 요즘은 많은 나라에서 항생제 처방을 삼가는 추세다.  

방광염으로 고생하면서 항생제를 먹은 적이 많이 있었는데,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항생제까지는 필요 없다는 말이네요. 하지만 항생제 먹은 후에 증상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살 것 같다고 느낄 수 있으니 방광염이 엄청 자주 걸리거나 만성 방광염 환자가 아니라면 항생제를 빨리 택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5. 자궁목 세포 검사
자궁목 세포 검사 후, 비정상 세포가 있다고 하는 통지 결과를 받는 경우가 있다. 자궁목 세포 변화는 대부분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사라진다. 당신의 주치의는 이 사실을 잘 안다. 당신의 머릿속에는 내가 암이래 하는 생각뿐인데 의사가 딱히 걱정하지 않는 표정인 건 이 때문이다.

자궁경부암 검진는 2년에 한 번씩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기본 검진 중 하나인데요. 비정상 세포변화라는 결과가 꽤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결과 자체로는 자궁경부암과 깊은 연관성이 있지는 않다고 하네요. 왜 아무도 이런 걸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 걸까요?





여성의 몸이나 성에 관해 알고 싶다면 첫 번째로 택해야 할 책이라고 느껴집니다. 여느 책에서 볼 수 있는 한 쪽으로 치우친 주장이나 아직 논란 중인 주장 같은 것이 없다고 느껴져서, 이미 중론으로 퍼진 내용만을 담고 있어 어린 나이의 학생들이 읽기에도 적합하다고 보입니다. 나이에 상관 없이 모든 사람, 여성이든 남성이든, 이 읽어 봤으면 좋겠다고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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